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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10 인도 이해하기_ 6
iNdia2010. 9. 10. 03:40








제목을 인도 이해하기,


라고 썼지만, 사실 저도 아직 인도를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인도 역사를 공부해 봤던 것도 아니고, 인도의 종교를 공부했던 것도 아니고,


인도의 인문철학을 찾아본 것도 아니며,


서민들의 생활에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 1주일과,


석달간의 여행에서 느꼈던 것을 되새겨보며 몇자 적어봅니다.





인도, 하면 무엇이 떠올르나요?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생각나시나요?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 이 생각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대한 환상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도는 외국인이 느끼기엔,


한마디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곳.


이라 말하면 좋을까요.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그랬습니다.


2008년 2월, 처음 인도에 발을 디뎠을 때, 비해기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코를 찔렀던 향 냄새부터 시작해서,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여러가지 기분들까지,


몇몇 이야기를 적어볼게요.


예전에는 말만 들어도 위험할 것만 같던 인도여행이,


요즘은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다녀가고, 책도 쓰고, 여러 이야기들을 해 주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하는 이야기는,


여행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인도에 있는 한 청년의 생각일 뿐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2010년 9월 9일.


출근 1주일 째, 여느때와 6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7시에 거실로 나갔다.


보여야 할 메이드가 보이지 않고, 계장님과 차장님이 부엌에서 아침을 하고 계셨다.


이쇼르 오늘 안왔어요? 라고 물었더니, 어, 안나왔어.


어제까지 잘 나오던 메이드가 오늘 나오지 않았다. 어제 식료품 사라고 준 돈을 가지고 어디론가 간 것일까?


7시 10분, 아침을 먹고, 7시 50분. 카일라쉬(기사)가 아파트 앞으로 왔다.


8시 10분 회사 도착. 시큐리티가 회사 문을 열어준다. 이쇼르가 없으니, 오늘 도시락은 없다.


복불복 카레의 향연을 펼치는 이쇼르지만, 밥이 없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도미노 피자.


점심을 먹고, 처음으로 회사 주변을 둘러보러 나갔다. 왠걸, 회사가 외딴데 있는지 알았더니, 큰길 근처였다.


바라나시의 골목처럼 좁은 골목도 있고, 그 골목을 비집고 샛길로 나가니, 큰 바자르가 나왔다.


회사가 이런데 있는 거였구나, 회사부터 바자르까지 나가는 그 짧은길에, 빈민촌의 아가들은 옷도 입지 않고 뛰논다.


염소는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고, 병에 걸렸는지 걸리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개들은 오랫만에 해가 뜨니, 길거리에 눕기 바쁘다.

병아리가 부화한지 얼마 안되 보이는 닭은, 병아리 대여섯 마리를 이끌고, 정신없는 골목길에서 먹이를 찾아 헤메인다.


머리묶은 동양인이 남자일까, 여자일까?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인도인들은,


골목을 가득 메웠다.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hello라고 목소리를 약간 낮춰 인사해준다.


오랫만에, 예전에 느꼈던 인도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벌레가 가득 꼬여있는, 야채와 과일들, 리어카?에 타고 있는 염소, 집안을 돌아다니는 병아리, 사람과 동물의 구분이 없는


좁은 골목의 모습.


큰 바자르로 나왔더니, 옆에는 개천이 흐른다. 개천을 끼고 빈민촌까지는 아니지만, 쓰러지지는 않을까? 생각이 드는 집들이 보인다.


대문은 활짝 열려있고, 그 대문 안쪽에서 나를 쳐다본다.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면, 십중팔구는 인사를 받아준다.


아닌경우도 있지만, :)


다시 회사로 돌아와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외관만은 타워펠리스 같은 우리 아파트.


이 집 가격은 1억쯤 한단다. 인도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싸지 않은 가격,


하지만, 우리집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보면, 바로 옆 빈민촌이 보인다. 가로등 1개만이 존재하는 빈민촌, 그것도 얼마 전에 생겼다 한다.


흙으로 지은듯한 외벽에, 슬레이트 지붕.


여행할때, 한번 놀러가본적 있는 빈민촌보다 조금 나은 집은, 천장이 내 키보다 낮았었다. 저 집들도 그만큼 낮고, 좁고, 살기 불편하겠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현지 주재원분들과, 나와 같이온 정호는, 밤에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린다.


치안이 좋은 동네라고는 하지만, 외국인 한명없는 동네에서, 밤중에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해서일까.


그래도, 나는 나간다.


걷고 싶으니까_ 얘기도 좀 하고 싶으니까, 오늘은 2km정도 떨어져있는 릴라이언스 후레쉬에 갔다.


가는 길에, 한 처자가 오토릭샤에 치였다.


들고 있던 짐 세 봉다리를 떨구며 한바퀴를 돌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벌떡 일어나서 휘청댄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고, 지나가던 릭샤가 멈추며, 교통 혼잡이 일어난다.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좋은일은 하나도 없을 것 알기에 자리를 피했다.


그러고 나서 간 릴라이언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형마트까진 아니지만, 꽤 큰 슈퍼다. 팔건 다 파는 대형슈퍼, 마트라 하기엔 약간 작은듯한...


우리나라에도 대형마트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런 곳이 많았던 것 같은데...


릴라이언스에서 과자를 79Rs주고 4봉지 구입했다. (한화 약 2천원)


계산대 밖으로 나왔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망했다,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다. 비오는 시간은 그 흔한 릭샤한대 비어있지 않다.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다들 릭샤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진다.


쏟아지는 비를 피하며, 가로등도 별로 없는 길을 걸어갔다.


발에 물컹한느낌이 왔다. 처음엔 소똥인가, 생각했는데, 쥐 한마리가 찌직하며, 도망간다.


불빛이 없어, 잘 보이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가던길을 걸어갔다.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쳐다본다.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낯선 이방인을 대놓고 쳐다보는 이들.


그래도 웃어주면, 웃어준다. 이건 만국 공통인듯.


신발은 흙탕물로 지저분해 지고, 비바람에 윗도리는 조금씩 젖어간다.


정신없는 시장길을 25분가량 다시 거슬러 올라와,


히라난다리 단지로 들어왔다.


집에 가려다 에어컨 바람에 옷을 좀 말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피데이로 들어갔다. (인도의 스타벅스)


이곳 커피데이는 두번째 찾아가는 것이였는데,


오늘도 역시나, 커피를 주문하면, 애니띵 엘스? 라며, 샌드위치를 안먹겠냐고 묻는다.


처음엔, 장사를 하려 그러나, 싶었는데,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고,


가만히 생각을 하지, 몇가지 점들이 이해가 갔다.






인도의 스타벅스, 커피데이.




커피데이에는 테이블 마다 손 세정제가 있다.


처음엔, 그냥 인도 부자들이 위생신경을 쓰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달리하니, 이곳에서의 카페는,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밥인 샌드위치나 다른 먹을것들과 함께, 커피를 파는 공간이고,


밥먹는 손을 청결히 하기 위해 손 세정제가 존재하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니,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테이블 위의 손 세정제가 당연하게 생각이 들었다.





커피데이의 손 세정제




그리고, 가만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든 생각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타워펠리스 안에서 밥을 먹고 산책을 나와,


부촌단지안 고급상가들을 지나, 허름한 시장길을 통과해, 대형슈퍼에 갔다가,


다시 허름한 길가에서, 쥐를 밟고, 그 전에, 차선도 신호도 없는 정신없는 거리에서 차에 치이는 여인을 보고,


10분뒤에 다시 부촌단지 안의 인도의 스타벅스에 앉아 아이팟을 귀에 꼽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그 장소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란 생각이 들었다.


저런 일들에 하나도 놀라지 않는 내가 더 놀라웠다!!


'쥐를 밟을 수 도 있는거고, 동물 똥도 밟을 수도 있는거고, 정신없는 길에서 교통사고쯤이야 날수도 있는거니까,


그게 인도니까, 난 스타벅스에서 커피나 마시면서 일기나 써야겠다.'


이게, 인도의 일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것.


조금씩 인도에 적응을 해 가는 것일까.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거대하고, 거대하고, 거대한 인도를.










Posted by 창 - 鈗